탈세계화 이후 중층적인 위기에 직면한 오늘,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는 제61회 베네치아 비엔날레를 맞이하여 한국관을 살아 숨 쉬는 ‘해방공간’ 기념비로 탈바꿈한다.
‘해방공간’은 역사적으로 한국이 일본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1945년부터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사이의 과도기를 일컫는다.
최빛나, 최고은, 노혜리는 한국관을 끊임없이 형성되어가는 국가의 체현이라고 보고, 그 지정학적·역사적 의미를 함께 면밀히 사유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관을 ‘요새와 둥지’라는 양가적 상태를 넘어서는 기념비로 제시한다.
기념비의 형상은 최고은이 써드핸드와 협업해 선보이는 〈메르디앙〉과, 노혜리와 협업자들이 함께한 〈베어링〉, 서로 얽혀 있는 두 개의 조각적 구조로 형성된다. 두 작업이 서로 상반된 물성을 지닌 가운데, 〈메르디앙〉은 절단되고 찢긴 구리 파이프로 이루어져 있고, 〈베어링〉은 왁스를 입힌 오간자 원형 수천 개, 목재, 점토 구조물로 구성된다. 이들은 상호적인 긴장과 호응 속에서 맞물리며, 관람객이 한국관의 안과 밖, 주변을 가로지르며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을 열어젖힌다.
전시는 이 시간과 공간을 과거의 단일한 사건으로 한정하기보다, 단절과 투쟁의 순간들을 거치면서도 인내와 주권적 커먼즈의 윤리가 이어져 온 미결의 지속적인 실천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이러한 인식은 두 해 전 겨울, 불법 계엄령 선포 이후, 202425년 한국 전역에서 이어진 집회의 경험을 통해 다시금 확인되었다. 어쩌면 진정한 ‘해방공간’이란 삶을 긍정하고 세계를 만들어가는 모든 자리일지 모른다. 그것은 특정한 시공간에 한정되지 않고, 우리가 언제 어디서든 다시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구체적인 경험에서 시작한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는 이와 맞닿은 세계 곳곳의 사례들—하와이에서 팔레스타인, 네팔에서 수단, 이란에서 헝가리에 이르기까지—과 서로 배우고 나누는 관계를 지향한다. ‘해방공간’은 끝없이 이어지며 확장한다.